삼족오 세발에 적패지를 쥐고 와르르 하늘을 가로질러
구름 넘고 산을 넘고 비를 건너 바람을 타고
폭풍를 후득 뚫고 우레를 바락 끄고
천년홍진 만년청세 천하에 고하오니
어른간데 아이가시오. 아이간데 어른 가시오.
남자 간데 여자 가고, 여자 간데 남자 가시오.
잘못가면 돌아오고 아니가면 다시가오.
그러나 자청하여 가는 길은 뒤도 보도 말고 주욱 가시오.
주욱 가시오.
독수리가 달려 든다 왼편에서
왜가리가 빗겨 든다 온편에서
까마구 놓친 적패지 칠성이 삼켜 받거라
열린 옥함으로 쏙 들어가 함뚜껑을 탁 닫고
일곱 자물쇠를 잠그고 아홉 빗장을 질러내
망망대해로 미끄러져 들어가니 넘실넘실 청파를 타고
고래 상차하여 동해용궁 허브를 갔다가 다시 돌고래 상차를 하여
탐라왕 아흔 아홉칸 성채에 옥함 당도하여
나인들이 건져올려 임금 앞에 대령하니 탐라왕 생각키에
자고로 떠내려온 함은 구슬같은 셋째딸이 열곤 하더라
고삼입시하던 셋째 딸 불러다 달래다 옥함 열게 하니
삼선 신은 발로 툭 차도 열리지 않고
고운 손으로 설설 쓰다듬어도 열리지 않고
상석에 옥함 모시고 BTS를 춰도 안열리더라
거 얄궂다 이건 뭐 한데 아문 목석이냐
탐라왕 지켜보다가 무릎을 탁치매
옳다. 내가 잘못했다. 큰애기 나오너라.
작은딸 앵긴 고운줄 아들놈 움켜쥔 정성줄
이제 큰애기 해보아라 큰애기 차지해라
대한장녀 문간방 있다가 어리둥절 불려나와
동생조카 밥멕이던 숟가락으로 옥함을 딱 때리고
안에 뉘신지 먼데 오셨소 한술드쇼 부대찌개가 끓소
라면사리에 소세지 스팸 두통 아낌없이 까넣었소
철석같던 옥함이 스르렁 툭탁 열리고
일곱 쇠 아홉 빗장이 오소소 삭아지고
봄잎 새잎같은 초록 칠성님이 사르르 내려서서
차린 밥을 와구아구 밥이 달다 김치 달다 달디 달다
장녀 주운 적패지 닦아 탐라왕 앞에 진상하니
청구해동 불태우는 마음가뭄 소식이라.
탐라왕 일어나서 한라를 향해 사배하고 국궁하고
출항을 고하니 문무백관이 출항이오 출항이오
출항 준비를 하랍시오.
옳타! 출항이다!
서귀포를 좌현으로 제주를 우현으로
삼백 육십 오름에 백포장 돛을 달아라
산지항을 돌려받아 해녀 연철로 닻을 내리라
천지연으로 물을 빼고 일출봉으로 불을 당겨
노잡이가 노를 잡거라 키잡이가 키를 잡거라
구름같은 돛을 내리렷다
벼락같은 닻을 올리렷다
탐라는 한반도의 충수라
심뽀를 조심하시오 남말을 조심하시오
귀신은 본풀면 신나락만나락하고
사람은 본풀면 백년원수가 되니.
신들이 돛줄을 살살 풀어올리고
사람이 닻줄을 박박 풀어내리니
신명이 일어나 신나락하고
사람이 일어나 만나락하고
그래 출항이오? 아이구 아직 아니오.
땅도 꽝꽝거리기만하고 오르질않고
하늘도 들썩이기만하고 내리질않아
사람과 신이 한데 엉켜 산방산으로 몰려가서
산방애기를 달래도 보고 얼러도 보고
왜 오르질 않니 왜 오르질 않니 울어도 보고
그래도 안되니까 산방서방을 가지고 겁박을 좀 줘보려다가
너무하시오. 하지마시오. 지긋지긋한 그대들 그만 하시오.
홀리새 서수왕따님애기까지 나서서 뜯어말리네 난리네
탐라가 날자고 들썩이는데 이것참 아무도 모른대니
탐라왕이 천하에 묻되 이 땅을 들어올리매
산방이 아니면 어디로 들어가야합니까
원님도 모르고 차사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갓쓰고 출장갔던 김치고을 차사 본처
돌아와 바삐 이르되 산방은 내릴 곳이오
오를 곳은 장오리로 들어가오
우도 사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물장오리 밑을 받차들어다오 구워먹기 전에.
거북이는 화가난다 그래 구워봐라 어디 구워봐라
겉바속촉 구워봐라 수천년동안 아주 나만 보면 진짜
아니진짜 내가진짜 우리거북 투덜투덜 물장오리 받쳐다
한라들어 번쩍들어 하늘로 동실동실 띄워내니
팔부천룡이 오구오구 우리거북이 마중을 오는구나
달래어들래어 둥기둥기 끄어간다아 한라만리여.
한라가 출항한다.
한라가 출항한다.
이 땅의 충수가 열리고
한라가 출항한다 후여어차.
약조한 아흔아홉필 옥명주 내오거라
붉은 적패지로 모자란 한 필 매꾸어다가
도합 일백필 완성된 내리닫이를 입으시오
아휴 삼만년 봄잠을 달게도 잤소
비로소 큰할망이 떨쳐 일어나오
돌을 놓고 흙을 털고 선단에 좌정하여
청주로 몸을 씻고 백시루로 제사 받고
관탈섬 앞바다에 발장구 물장구를 자박자박 치며
일만 팔천 신을 불러모으니 자아 인사들 올리시라
세화의 천자또 궤네기의 궤네깃또
알송당 소로소천국 강남천자 백주또
볼돗당 불도삼승또 칠머릿당 용왕해신부인
함덕본향 급서황하늘 용왕따님 서물한집
이월의 영등할망 삼월의 용왕할망
김녕큰당 삼부인 삼성혈당 삼성조
백마목사 양이목사 서린마음 광청아가
삼백육십 오름신 이만사천 용혈신
촛대도령 오너라 오백 장군 호령하라
서귀리 퐁낭 게 있느냐? 초가신전 여직 있느냐?
약수 인어는 두어라. 보고도 못본척 하여라.
정수남이 정술댁이 태우리청 십수 주잔을 마치면
소미는 앉거라. 심방은 서되, 당맨심방은 앉거라.
초신맞이 석살림 도진도진 두루두루 빠짐없이
일만팔천 속속 서립 헤아린 큰할망 마침내 이르되
그리고 너, 자청한 아이야 네가 길안내를 하라, 하니
남방사주 저고리에 북방사주 말바지,
열두복 대홍대단 홑단치마 자르르르 펼치며
옥죽 비녀 꽂아 머리를 썩 올린 자청비가
길안내를 자청하는구나.
도원수를 자청하는구나.
초세경을 자청하는구나.
얼시고! 노를 저어라 탐라가 간다아.
호!
태양같은 까마구 달을 걸린 삼발구
내 산으로 내 하늘로 돌아가리라 지화자여
탐라가 나가신다 하늘을 열어라 별을 띄워라
날아보자 얼쑤 가볍구나 날래구나 경신청신만청하다
구름 넘고 산을 넘고 비바람을 보채며 바람을 잡아타고
폭풍이 가로되 우레가 가로되 어쩔거나 저쩔거나
어른간데 아이가오. 아이간데 어른 가오.
남자 간데 여자 가고, 여자 간데 남자 가오.
잘못 가면 돌아오면 되고, 아니 가면 다시 가면 되오.
그러니 자청하여 가는 길일랑 주욱 가시오. 주욱 가시오.
그대 길을 주욱 가시오 아무 걱정 말고
혈혈단신 오롯이 그대 길을 곧이 가시오.
망망대해같은 하늘로
그대 길을 출항하시오. 출항하시오.
출항이오.
출항이오.
출항이오.